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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도급법 제재’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과잉규제’ 되지 않도록 벌점제도 ‘탄력운영’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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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기자
기사입력 2019/09/20 [15:12]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하도급법 위반은 사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것이 국가와 사인 간의 관계인 공공조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정비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승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한 말이다.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 대해 공공발주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해야하는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 변호사는 “하도급법 위반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몇 차례 하도급법 위반이 적발되기만 하면 공공계약에 참여조차 할 수 없게 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발주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지 여부에 따라 제재의 효과가 과중할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한국공정경쟁연합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호’의 출범을 알리는 첫 공식 행사였다. ‘공정경제’를 강조해온 정부의 여당 의원이 ‘판’을 깔아주고, 이에 조 위원장이 호응하는 모양새였다.

 

조성욱 위원장은 정부 여당과 호흡을 맞추듯 이날 축사에서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중 제재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제도에 순응할 수 있도록 벌점제도에 대해 균형 있는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사를 끝으로 바로 자리를 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관련 개선 종합대책’을 오는 11월 발표 목표로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하도급법의 벌점제도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공공발주사업의 비중이 큰 건설산업계의 우려와 걱정이다.

 

공정위의 이번 하도급법 벌점제도 개선 계획을 두고 전문가들은 불공정행위가 악의적인 경우에는 엄격한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거래상의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벌점제도를 탄력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벌점제도가 너무 엄격해 단 1회의 불공정행위만으로 과징금이 부과와 고발이 의결되고, 나아가 입찰참가자격 제한까지 받게한다면 과잉규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하도급 벌점 경감기준 정비 개선안’을 보면 전문가들의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행 12가지의 벌점 경감사유 중 행정기관의 표창수상, 대표이사나 임원의 하도급법 교육이수 등 5가지를 벌점 경감사유에서 삭제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비율 100% 등 4가지 사유는 경감 폭을 절반으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개래협약 이행평가 결과가 좋은 업체에 대한 벌점 감경 폭도 줄였다.

 

“지난 2년간 공정위는 우리 경제에 뿌리 깊게 고착화된 갑을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는 조성욱 위원장의 말마따나, 건설산업계는 지난 2년간 발주물량 축소와 행정제재에 따른 ‘기업 때리기’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번 토론회가 지난 2년간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호’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호’로 ‘기업 규제의 바통’을 넘긴다는 의미의 선언적인 행사로 기록돼서는 안 될 것이다. “입찰참가자격제한은 중소 중견기업에는 존립 자체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고, 많은 기업들이 막다른 길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공정위가 가슴에 새겨야할 때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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