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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피아’ 손 뻗쳤나… 규격 미달 제품 현장 시공한 철도공단

‘울산~포항 복선전철’ 현장에 불량 절연블럭 4만개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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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기자
기사입력 2019/10/04 [09:12]

 

불량 절연블럭, 신호 오작동·궤간 변화로 열차탈선 위험 증대
공단 표준규격 두께 상 0.8~0.9mm 얇지만, 그대로 현장 시공
철도공단 “업체는 도면대로 제작, 공단 규격상 치수선의 오류”

 

▲ 한국철도시설공단 대전 본사                      ©매일건설신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철도 궤도 공사에서 표준규격에 미달하는 제품을 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철도공단은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제품을 교체하지 않아 불량 제품을 납품한 업체와의 유착 의혹도 불거져 나왔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동해남부사업단은 현재 진행 중인 ‘울산~포항 복선전철 궤도공사’에서 입실~모량 구간 궤도공사를 위해 국내 업체 D사와 지난해 8월 e클립(코일스프링클립), 절연블럭 등 e클립 레일체결장치에 대한 공단지급자재 납품계약을 맺었다.

 

철도공단은 이후 같은해 12월 초도 물량을 시작으로 이클립(7만개), 절연블럭(6만개)를 납품받아 이중 이클립 5천개, 절연블럭 4만 개를 현장에 부설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철도시설공단의 표준규격서(KRSA-1001-R1) 규격을 미달하는 제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철도시설공단은 규격 미달 불량 제품이 현장에 부설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일을 고정하는 레일체결장치는 레일과 침목을 결합해 열차 주행 시 열차가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레일의 핵심 부품이다. 특히 규격미달 절연(絶緣)블럭을 사용할 경우 신호 오작동이나 궤간(궤도의 간격)의 변화로 열차 탈선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철도공단 규격기준을 통해  ‘mm’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이유다.

 

철도공단의 표준규격서(KRSA-1001-R1)에 따르면 이클립은 원활한 레일 체결(조립)을 위해 절단면(끝부분)에 대한 이른바 모따기(깎아내는 작업)를 해야 한다. 이클립과 레일 사이에 조립되는 절연블럭의 경우 레일 바닥면의 측면과 접촉하는 측면 하단 지점의 두께가 8mm(허용오차 (+-)0.15mm 이내)여야 한다. 산업계에 따르면, 초기 개발 당시 이같은 기준으로 금형이 제작됐고 납품 및 기성검사 시 공단에서도 이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시설공단의 건설사업에서 사용되는 모든 제품의 규격을 규정하고 있는 표준규격서(KRSA-1001-R1) 상 이클립형 레일체결장치와 관련해 이클립의 ‘모따기’와 절연블럭의 8mm(허용오차 (+-)0.15mm 이내) 규격은 지난 2017년 10월 18일을 마지막으로 규정 개정은 없었던 만큼 제조사들은 이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규격 미달 의혹이 불거진 D사의 이클립은 모따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절연블럭의 경우 초도 납품 물량 2만개에 대한 치수검사 시 두께가 7.1~7.2mm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표준규격인 8mm의 허용오차인 -0.15mm를 적용한 7.85mm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참고 치수인 7.6mm를 규격치수로 오인하고, 실제 제품 치수를 7.5~7.7mm로 허위로 작성해 성적서를 제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절연블럭의 8mm(허용오차 (+-)0.15mm 이내) 규격은 재량의 여지가 없는 기속 규정인 만큼, 타 절연블럭 제조사들의 경우 이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품질인정자재(KS표시품)에 관한 ‘치수 및 공차의 표시’ 원칙에 따르면 ‘도면에서 참고(보조)치수는 정보용으로만 쓴다’고 규정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의 공사시방서에 따르면, 공단의 사급자재(지급자재)는 ‘건설분야 자재공급원 승인요건 검초 및 관리’에 따라 ‘공사감독자는 고의로 부적합자재나 미승인 자재(시험성적서 위·변조 포함)를 납품한 업체에 대해 확인 즉시 공급원 승인을 취소(납품금지)하고 제재해야 한다.

 

▲ 불량 절연 블럭이 설치된 모습. 레일체결장치와 궤도 사이가 눈에 띄게 벌어져 있다.       © 매일건설신문

 

하지만 규격미달 의혹 제품과 관련해 철도시설공단은 0.8~0.9mm 수준은 허용오차 범위인 만큼 현장부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철도시설공단 궤도기술본부 관계자는 “자재구매시방서와 표준규격의 허용범위(치수)에서만 움직인 것”이라며 “해당 업체는 도면대로 제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기존 업체들이 절연블럭을 두껍게(표준 규격 8mm(허용오차 (+-)0.15mm 이내) 제작해온 것”이라며 “공단의 표준 규격상 치수선(제품의 규격 측정 위치)의 오류인 만큼, 현장에 부설했을 때 영향을 안 미친다”고 했다.

 

표준규격 미달 제품을 현장에 부설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공단은 내부적으로 정책협의회 검토를 거친 끝에 철도기술연구원을 통해 성능검증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업체에는 잘못이 없고 기존의 공단 표준규격서에 오류가 있다는 취지로, 이를 통해 향후 현재 절연블럭의 8mm 규정을 개정할 수도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D사는 이번 레일체결장치 납품이 첫 계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D사에는 전 철도시설공단 임원이 퇴직 후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과 관련해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민감한 사항이고, 보안각서에 따라 어떤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는 철도부품 시험성적서 위·변조와 관련해 연1회 점검하고, 시험성적서 위·변조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은 물론 영구적으로 입찰을 제한하는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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